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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기 회장의 월요객석) 기후변화 대응, 정답만큼 풀이 속도도 중요하다.

2019.08.08

세계적인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캘리포니아대)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인류와 세계의 생활 수준 그리고 문명의 존속까지 위협할 수 있는 네 가지 문제로 불평등, 핵공격, 자원고갈 그리고 기후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근래 해외언론 기고에서 그는 “이미 기후변화가 평균 기온 상승과 가뭄, 날씨 변동성 증가, 식량 생산량의 저하, 질병 전파 그리고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문제가 국가 간 공조(共助)와 실제 행동이 필요한 사안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만약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해 지구 온도가 섭씨 2도가량 높아질 경우, 다수 생물종 멸종뿐 아니라 2050년께 현시점에서 25%가량 식량 생산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 지구 인구 75억명 중 식량문제를 겪지 않는 인원은 10억명 정도.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대다수 인류가 기아에 허덕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후변화 문제가 동시대 사람들만의 이슈가 아닌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문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기후변화 문제가 미래 세대에게는 빙하가 녹아 생활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지난해 8월 스웨덴의 16세 청소년 그레타툰베리(Greta Thunberg)는 자국 정부에 더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툰베리가 시작한 이 시위에 감명을 받은 독일 청소년과 청년들은 지난 2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거리에서 기후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집회는 올해 6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도시 아헨에선 16개국 청소년과 청년 약 1만명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규모로 발전했다. 지난 3월 한국에서도 10대 청소년 300여 명이 같은 성격의 시위를 펼친 바 있다. 툰베리는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아가고 있다”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을 시 희망은 없다”고 호소했다.
사실 20~30년 후 미래까지 짚어볼 필요도 없다. 이미 기후변화와 관련해 ‘RE100’이란 자발적 캠페인을 통해 기업 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국제 경제 질서로서 통용돼가는 실정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BMW는 LG화학과 삼성SDI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기업은 국내에서 실제적인 대응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산업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산업발전의 걸림돌로 보던 시대와 패러다임이 완전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심각성을 인식한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서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해당사자 간 협의나 추진속도는 아쉽기만 하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국제 연구기관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지난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파리협정의 목표인 1.5도를 지키려면 2030년까지 정부가 약속한 배출량보다 3억t 이상 낮은 2억400만t 이하로 배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유럽기후변화네트워크가 발표한 ‘2019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지수’에서도 한국은 100점 만점 중 28.53점을 받으며 조사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하는 등 기후변화 대처가 매우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기후변화 선진국과 기업들이 앞으로 국가 간 경제 질서에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알 수 없는 마당에 최소한 대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으로 근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이렇듯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를 아우르며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흔치 않은 사안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위기를 위기로 인식할 수 있는 체감이 각기 다를 뿐이다.
가까운 미래 공멸(共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명확하다. 현실에 안주해 정치·경제적 가능성만을 고려할 단계는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기후변화가 우리의 현실이며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체감할 때이다. 이는 이미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미래세대가 자각해 우려할 정도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답은 정해져 있다. 다만 이젠 문제를 풀이하는 속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출처 : 전기신문(http://www.electimes.com/article.php?aid=156462785318386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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